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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1000만원시대]

마창진참여자치 2010. 12. 21. 21:51


[대학 등록금 1000만원시대①-1] 등록금 탓 자살까지 서민에겐 '저승사자'

참여연대-경향신문 공동기획 -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2008-01-22

 

지난해 2월24일 서울 강동구 한복가게 주인 윤모씨(당시 40세)가 목을 맸다. 미대에 합격한 딸(19)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실패하자 목숨을 끊은 것이다. 지병이 있는 남편 대신 실질적 가장 역할을 하던 윤씨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네. 힘들고, 날아가고 싶다”고 유서에 썼다.

등록금이 삶을 망가뜨리고 있다. 등록금을 만들려고 대출을 받고 카드빚을 낸다. 이러다보니 중산층은 서민으로, 서민은 신용불량자로 내몰린다. 경향신문이 참여연대와 공동기획한 등록금 시리즈 일환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의 15%가 휴학하고, 80%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이경미 민생팀장은 “정부 학자금 대출을 제때 못갚아 신용불량 딱지가 붙은 대학생이 3400명을 넘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학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공립 대학들은 3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안을 내놨다. 최대 30%다.



사립대들은 두자릿수 인상안을 제시했다. 사립대의 지난 3년간 인상률은 6%대로, 물가상승률(2~3%)의 3배꼴로 뛰었다. 이에 따라 올해 대학 전 계열 등록금은 1000만원을 돌파할 것 같다. 자녀 둘을 대학에 보내느라 1억원을 빚진 김기수씨(51·경북 포항)는 “등록금 고지서가 저승사자같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물가인상과 국고보조금 감소, 시설투자를 등록금 인상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대학 재단들의 적립금이 6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가 학자금을 대출하고 있지만 그 대상은 전체 대학생 300만명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자율이 7%대여서 상환에 큰 부담을 준다. 관공서와 대기업들이 임직원에게 자녀 학자금을 무상대출하고 있지만 그 대상자는 많지 않다. 학자금 대출에도 양극화의 그늘이 도사리고 있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교육부는 손을 놓고 있다. 등록금 책정권은 대학이 쥐고 있다. 등록금 상환제도 풀린 지 오래다. 방패는 없고 창만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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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마련 위해 과외 5곳 뛰죠" … 졸업 앞두고 휴학


지방 출신 김효식씨(가명·25·서울 ㅇ대 4년)는 최근 휴학계를 냈다. 같은 과 친구들은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지만 그는 과외 5개를 ‘뛴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외 5개 가운데 4개는 과외중개전문업체로부터 소개받았다. 업체는 과외를 알선하는 대가로 과외비의 50%를 떼간다. 수수료치고는 많다 싶지만 불평할 처지가 아니다. 매달 그의 통장에는 120만원이 입금된다. 그래도 일거리가 있으니 다행이다. 2005년 정년퇴직한 아버지에게 등록금을 바라기는 어렵다. 또 생활비만 해도 월 60만~70만원이다. 아무리 적게 써도 돈은 모이지 않았다. 그의 통장에는 100만원 남짓 남아 있다. 김씨는 “마지막 학기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감안하면 6개월 안에 900만원은 벌어야 하는데, 그럴 것 같지 않아 큰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입학 당시의 등록금을 생각하면 대학이 돈독이 오른 것 같다”고 푸념했다. 2001년에는 입학금을 포함해 290만원이었다. 지금은 한 학기 등록금만 430만원이다. 6년 새 50%가 오른 것이다. 해마다 등록금이 큰 폭으로 오르자 대학과 학생간 신경전도 벌어진다. 예컨대 남학생들은 군입대 전 등록금을 냈다. 제대 후 복학할 때 내는 것보다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학 당국도 꾀를 썼다. 등록금 인상률이 저축이자율을 넘어서자, 복학 때 해당학기 금액을 내도록 한 것이다. 김씨는 외제차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종종 목격한다. 김씨는 “그들과 내가 같은 학비를 내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기여입학제를 하면 등록금이 낮아질까 궁금해진다.

정부 대출은 아직 이용하지 않았다. 거기부터 손대면 취직하자마자 빚쟁이가 됐다는 느낌을 받을까봐서다. 아버지는 직장 퇴직 후 월 급여 120만원의 비정규직이 됐다. 매일 마포에서 수원까지 출·퇴근한다. 버스를 탄 뒤 지하철로 갈아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그 다음에도 1㎞쯤 걸어야 하는 직장이다. 그것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멍해진다.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 ‘호강’을 안겨드리고 싶다. 하지만 96학번인 누나도 학원강사로 떠도는 처지다. 위기감을 느낀다.

올해도 학생회는 등록금 투쟁을 할 기세다. 하지만 투쟁수단이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김씨는 “100원짜리로 등록금을 내거나, 농기구로 대납하겠다니 말이 됩니까”라고 반문했다. 인상률을 높게 불렀다가 깎아주는 척 낮추며 생색을 내는 학교도 얄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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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1000만원시대①-2]

참여연대-경향신문 공동기획 -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2008-01-22

치솟는 대학 등록금은 서민들에겐 저승사자나 다름없다. 가정경제를 무너뜨리고 멀쩡한 중산층을 채무자로 전락시킨다. 꿈과 희망을 앗아간다.


장미호씨(24·가명·서울 ㅁ대 정외과)는 언론사에서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한다. 05학번인데, 지난해 휴학했다.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일하면 83만원을 받는다. 그 중 50만원을 저축한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등록금이 매년 큰 폭으로 오르는 것을 보니 불안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일해야 4년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계산이 잘 안된다. 여상을 졸업하고 중소기업 인사팀에서 일하다가 좀더 나은 인생을 기대하며 대학에 들어왔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다. 등록금 때문에 휴학하고, 언제 복학해 공부를 마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장씨의 동생은 군대 제대 후 스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거기 가기 전엔 공사장에서 막일을 했다. 동생이 버는 돈은 가족 생활비로 쓰인다. 장씨는 동생이 안쓰럽다. 이게 다 치솟는 등록금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자다가도 화가 난다.


▲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등록금이 서민들의 허리를 휘게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통의동 이명박대통령 당선인 집무실 앞에서 등록금 문제 대책을 요구하며 시위 중인 학부모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남은 건 빚더미뿐입니다.” 경북 포항 근교에서 부추농사를 하는 김기수씨(51·포항시 남구 연일읍 중명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등록금 고지서다. 고지서가 날아오기 며칠 전부터 끙끙 앓는다. 밥맛을 잃는다. 돈을 마련할 생각을 하면 끔찍해서다.

김씨는 서울과 경주의 대학에 다니는 두 딸과 고교 2학년인 막내 아들을 두고 있다. 5000평의 밭에 부추를 재배하며 ‘성공한 농사꾼’이라는 소리를 듣던 김씨는 큰딸(21)이 서울로 유학길에 오르고, 지난해 둘째딸(19)이 경주의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고난의 길’로 접어들었다.

김씨는 인건비를 한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부인과 함께 매일 새벽 5시부터 저녁 7시까지 14시간 이상 중노동을 한다. 큰딸이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연간 몇백만원씩 저축하면서 ‘행복한 노후설계’를 했지만 지금은 꿈도 꾸지 못한다. 김씨는 “큰딸이 서울에 있는 명문대학 전자공학과에 합격해 기뻐할 때까지만 해도 대학생 한명을 서울로 유학보내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며 혀를 찼다.

김씨의 연수입은 대략 3000만원. 이 가운데 3분의 2인 2000만원이 큰딸 밑으로 들어간다. 1000만원이 넘는 등록금에 기숙사비, 학원비, 용돈, 교통비, 책값 등을 합친 금액이다. 집에서 통학하는 둘째딸과 실업계 고교생인 막내 아들의 교육비로 1500만원 정도를 지출한다.

3남매 교육에 연 3500여만원이 드는 것이다. 교육비로만 따져도 가계수지는 600만원 이상 적자가 난다. 월 200만원가량인 생활비는 빚을 내 해결할 수밖에 없다. 매년 농협 영농자금과 생활안정자금, 일반 은행의 가계 대출 등 낼 수 있는 빚은 다 얻고 있다.

김씨는 큰딸이 대학에 들어간 이후 1억원을 빚졌다. 원금과 이자를 합친 돈이다. 아이들이 모두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얼마나 빚을 더 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김씨는 “매년 등록금은 왜 그렇게 오르는지 모르겠다”며 “올해는 기숙사비까지 오른다니 힘이 쫙 빠진다”고 하소연했다. 이제는 꿈도 희망도 없다. 평당 3만원인 밭을 모두 팔아도 빚을 갚기 어렵다. 김씨는 “노후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애들을 서울에 있는 대학에 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모씨(54·서울 은평구·철물점 운영)는 자신을 ‘대출인간’이라고 부른다. 연 2000만원 가까운 대학생 두 자녀 등록금 때문에 지난 2년간 정부로부터 학자금 대출을 4번 받은 것을 빗댄 것이다. 하씨는 “올해는 정부의 학자금 대출이자가 7%를 넘는다고 하던데 그렇게 되면 월 이자만 해도 몇십만원쯤 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기업이나 관공서에 다니는 이웃들이 한없이 부럽다. 자녀 학비를 무상으로 지원받기 때문이다. 하씨는 “대학졸업한 조카가 대기업 인턴사원이 됐는데, 한달에 고작 70만원을 받는다”며 “앞으로 우리 애들도 벌이가 그렇다면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업을 중단하고 ‘88만원세대’로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학생도 적지 않다. 부산 사립대학 2학년인 정모씨(21·여)는 얼마전 휴학계를 내고 마트에 일용직으로 취직했다. 상조회 회원모집 일을 하며 학비를 보조하던 어머니가 지난 연말 고객을 유치하러 나갔다가 계단에서 미끄러져 다리를 다치면서 등록금 마련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정씨는 “가족 희생의 대가로 공부한다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아 학업을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업에 실패하고 아내와 이혼까지 한 박영훈씨(52·전북 전주시)는 얼마 전 전북지역 사립대학 3학년인 큰딸에게 휴학을 권유했다. 연 900만원의 등록금 등 1500만원에 이르는 교육비를 부담할 방법이 없었다.

박씨의 심경을 더 착잡하게 만든 것은 둘째딸(20)이었다. 고교를 졸업한 둘째딸이 “언니 학비를 벌겠다”며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전선에 나선 것이다. 박씨는 “죽고싶은 심정이었다”며 “대학 등록금이 야속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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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15% "학비 없어 휴학했었다"

대학생의 15%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휴학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참여연대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대학생 12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조사 결과 등록금 마련을 목적으로 대출을 받았다는 학생은 10명 중 2명꼴이었다. 응답자 가운데 27.8%(329명)가 정부보증학자금이나 시중은행·대부업체 등에서 돈을 빌렸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학자금 대출 연체 경험이 있는 경우가 16.9%나 됐다. 현재 신용불량이라고 응답한 학생도 10명이나 됐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기도 전에 무거운 그늘을 짊어지는 것이다.

복수응답으로 등록금 마련 방법을 물어보자, ‘부모님 지원’이라는 응답이 71.4%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정부보증장학금 대출(18.9%), 아르바이트 등 부업(15.4%), 장학금(14.1%) 순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부모들은 어떻게 등록금을 마련하고 있을까. 응답자 20%가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가족이 부업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외벌이’로는 연간 1000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사립대 미대에 재학 중인 딸을 둔 박모씨(54)는 방학 때면 부산에 귀향하는 딸과 함께 아이스바를 만드는 공장에서 매일 12시간 일한다. 한달 100만원, 둘이서 두 달을 일하면 400만원가량이 손에 잡힌다. 그러나 등록금으로는 여전히 모자란다.

2002년 입학 당시만 해도 한 학기 390만원 하던 등록금이 지난해에는 520만원이 됐다. 5년 새 33%나 오른 것이다. 1000만원이 넘는 등록금에 하숙비 300만원, 재료비와 기타 용돈 등을 합하면 1년에 2800만원이 들어간다. 매달 230만원꼴이다. 박씨는 “처음 대학에 들어갈 때만 해도 이렇게 지원하는 게 어려울 줄 몰랐다”면서도 “졸업장은 있어야 취직이라도 하지 않겠냐”며 한숨쉬었다.

주변에 50대 아줌마가 갑자기 부업 한다고 하면 대부분 자식 등록금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전업주부가 얻을 수 있는 직종에는 한계가 있어 식당일이 대부분이다. 월 수입 100~150만원이지만, 그나마 인건비 싸고 젊은 중국 교포에게 밀려서 자리가 많지 않다.

 

학생들의 어려운 현실도 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등록금 때문에 휴학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15%나 되는 학생들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취업준비나 어학연수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경제적 이유’로 휴학하는 것은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생소한 일이었다.

등록금이나 용돈, 교재비처럼 학업 유지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부업을 한다는 학생의 비율 역시 전체 학생의 83.4%였다.

또한 등록금 부담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 때문에 휴학하거나,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부모가 부업을 하는 경우는 호남, 대구·경북, 강원, 울산 등이 수도권보다 높았다.

서울지역은 등록금 대출 경험이 22%인 반면, 호남권은 35%였다. “학자금 대출을 거부 당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서도 강원지역은 3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학자금 연체 경험 역시 수도권보다는 지방에서 높게 나타났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거부돼 이자부담이 막대한 대부업체에서 등록금을 빌렸다는 응답자는 전체 가운데 4명이었는데, 강원·호남·영남지역의 대학생들이었다.

대부업체에서 등록금 일부를 빌렸다는 서모씨(27)는 “또 휴학을 하면 졸업이 늦어지고 취업도 어려워질 것 같은 절박한 심정에 울며겨자먹기로 돈을 대출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경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지방의 가정은 넉넉하지 않은 재정능력 때문에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가족들이 부업에 나서거나 고리의 대부업체 대출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에 더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체 설문조사 결과를 볼 때 신용불량자가 정부통계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예상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7년 말 현재 정부보증학자금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불량이 된 학생은 3413명에 이른다. 시중은행 및 대부업체에서 등록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한 학생들의 통계 현황은 정부에서도 파악된 바가 없다.

이번 설문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다. 조사는 광역시·도별로 무작위로 표집된 25개 대학에서 지난해 12월 14~20일 설문지를 이용해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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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등록금 1000만원시대②-1] 학자금 대출 이자는 '또 다른 족쇄'

참여연대- 경향신문 공동기획 -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2008-01-24

 

서울의 사립 ㅅ대 박모씨(22·기계공학과 2년)는 요즘 조마조마하다. 지난 7일 신청한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돼서다. 심사요건에 미비한 것은 별로 없다. 하지만 지난 학기에 제때 이자를 갚지 못해 2번 연체한 이력이 걸린다. 올해만이 아니다. 벌써 이태째 매년 1월과 6월이면 되풀이되는 일이다.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제도는 학부모·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됐다. 2005년 2학기부터 시행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교육비경감 공약을 구체화한 것이다. 그 전에도 학자금대출제도는 여럿 있었다. 학생과 정부가 이자를 절반씩 부담토록 한 ‘일반 이차보전 대출제도’가 대표적이다.


종전 학자금대출제도는 상환기간이 5~7년으로 짧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상환기간을 늘린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제도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 역시 문제가 적지 않다. 전체 대학생 230여만명중 대출을 신청, 혜택을 받는 학생은 지난해 2학기 60만명선이었다. 대출이자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라 상환에 부담을 준다. 그나마 정부가 관련 예산을 삭감해 수혜자는 갈수록 줄고 있다.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은 저소득층이 이용하는 무이자·저리(이공계 대상) 대출과 일반 대출로 나뉜다.

둘 다 학기 시작 전 ‘학자금 대출’ 사이트에 신청하면 이를 심사해 대출 승인여부를 결정한다. 대출 직전 학기 이수학점이 12학점 이상이어야 하고,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성적평점이 70점 이상이 돼야 한다. 신용등급이 9~10등급인 학생은 대출 신청을 할 수 없다. 이렇게 빌린 학자금은 대출 직후부터 10년간 이자를 갚아야 하며(거치), 10년 뒤부터는 원금을 바로 상환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높은 금리다. 지난해 말 건설회사에 취업한 직장인 황모씨(27)는 대학 4년 내내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매달 20여만원을 꼬박꼬박 이자로 내야 했다. 대출이자를 내기 위해 돈이 되는 거라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취업을 한 지금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월급에서 생활비를 빼고 대출이자를 내면 저축은 생각하기 어렵다. 황씨는 “10년 후부터 원금을 갚아 나가야 하는데, 이렇게 하다간 원금 갚을 돈이 마련될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학자금 대출금리는 증가 추세다. 2005년 2학기 6.95%였던 이자율은 올 1학기에는 7.65%로 뛰었다. 사상 최대다. 대출금리는 국고채, 시중 가산금리와 연동돼 결정된다. 매학기 연속대출을 한 학생의 경우 이자 부담이 녹록지 않다. ‘취업하기도 전에 빚쟁이가 된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학자금 신용보증 수탁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담보로 빌려주는 제도임을 감안하면 비싼 이자가 아니다”라며 “한정된 예산 안에서 시중금리와 연동시키다보니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방안을 연구한 홍익대 신성환 교수(경영학)는 “가장 가시적으로 금리를 낮출 방안은 정부 예산 지원”이라고 제시했다. 정부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당초 정부의 올해 학자금대출 신용보증기금안 규모는 3907억원이었다. 그러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1000억원이 깎였다. 학자금 대출 지원대상 학생이 당초 예상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연히 심사요건이 강화될 것이다. 박씨의 우려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자료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 후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해 신규 대출을 거부당하는 학생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3개월 이상 계속 연체하거나, 1개월 이상 연체가 3번 이상인 ‘빈번한 연체자’는 2006년 2343명에서 2007년 9948명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대출을 못받은 학생도 2007년 2461명으로 2006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런 학생들은 결국 사설 대부업체에 손을 뻗게 된다. 인터넷에서 클릭만 하면 손쉽게 학자금을 대출해준다는 대부업체만 10여곳이다.

2005년부터 4차례, 총 1500만원을 대출받은 고려대생 박종천씨(26)도 이자 때문에 고민이다. 대출금이 늘어나면서 월 이자만 10만원씩 낸다. 박씨는 “다른 대출금리에 비해서는 싸지만 대상이 돈없는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싸다”며 “사설 대부업체도 아니고 정부가 운영하는데, 학생들을 상대로 돈놀이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이경미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학자금 대출금리는 정부의 다른 시책사업자금 대출금리의 2배꼴”이라며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서민에게 무거운 부담이 되는 학자금 대출금리를 낮추거나, 상환방식을 바꾸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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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살기로 알바, 자기계발 꿈도 못꿔"

단국대 2년생 김윤경씨(21)는 대학을 1년 늦게 입학했다. 고3때 수능을 본 뒤 ㅅ여대에 추가로 합격했으나 등록할 돈이 없었다. 일용직 식당에서 일하는 어머니에게서 등록금을 기대할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 어머니는 입학을 말렸다.


김씨가 추가합격 당시에는 정부대출제도도 잘 몰랐고 이미 대출 신청기간이 지난 상황이었다. 돈을 구할 방도가 없었다. 포기해야 했다. 김씨는 1년간 남들에게는 재수를 하는 것으로 했지만 사실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사무보조원, 극장 매표소 직원 등 기를 쓰고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애썼다.

김씨는 1년뒤 단국대에 합격했고 첫 학기부터 360여만원 정부보증 대출을 이용했다. 지난 1년간 번 돈은 수능 교재 구입 및 생활비를 쓰고 나니 끝이었다. 문서입력 아르바이트 등을 하고 있으나 몇백만원씩 하는 등록금을 내기에는 무리였다.

벌써 대출제도를 이용한 지 4학기째. 그 사이 대출 이자율은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다 이번 학기에는 7%를 훌쩍 넘겼다. 매년 등록금은 10% 가까이 인상되고 이자율까지 오르고 있다. 김씨가 대충 인상률을 계산해봤을 때, 4년간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면 대학 졸업하는데 등록금만 4000만원 정도였다. 이자만 해도 누적돼서 매달 20여만원이다. 결국 졸업해서 취직을 하고도 학자금 대출 상환금만 1년에 700만원을 내야 하고 10년간 상환을 하고 나면 서른살이 훌쩍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앞길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김씨의 가장 큰 목표는 “빨리 졸업해서 돈 벌고 빚 갚는 것”이다. 사실 김씨의 관심은 취업보다는 학업에 있다.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더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러나 맨손의 자신이 꿀 수 없는 꿈이라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다.

당장은 취업을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친구들은 취업준비로 학원에서 토익점수를 올리거나, 해외 영어연수를 다녀온다고들 하지만 김씨는 아무 것도 손을 못댔다. 교재비, 교통비 등 하루 생활비 버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돈벌면서 해외나가는 인턴제도 등도 알아봤으나 최소 몇 백만원은 필요했다. 돈을 마련하는데 휴학을 하면 다시 취업이 최소 1년 이상은 늦어질테니까 결국 손해라는 생각에서 김씨는 마음을 접었다.

김씨는 “등록금이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그 시간에 자기계발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당장 이자 부담만이라도 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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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내기도 버거운 취업난 '88만원 세대'

정부보증학자금대출제도를 통해 400만원을 대출받은 대학생 ㄱ씨(22)는 이자로 월 7만~8만원을 꼬박꼬박 낸다. ㄱ씨는 학원에서 사무보조일을 하며 한달에 40만~50만원을 번다. 이 돈으로 대출금 이자를 갚고, 교통비와 교재비, 식비까지 해결해야 한다. 지금 감당하는 이자도 버거운데 올해는 이자율이 6.65%에서 7.6%로 올라 걱정이 태산이다. 박씨는 “등록금은 등록금대로 오르고, 대출이자율도 오르니 막막하다”면서 “이자 상환이 1주일만 늦어도 당장 독촉우편이 날아온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제도가 ‘88만원세대’의 목을 조르고 있다. 취업난으로 안정적인 일자리 대신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이들에게 이자율 인상은 엄청난 부담을 준다. 대학 1학년을 다니다 휴학 중인 ㄴ씨는 “정부학자금 대출제의 취지는 알지만 이자에서 약간의 지원을 받는 것일뿐 결국은 빚”이라고 말했다. 현재 텔레마케터 면접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ㄴ씨는 주유소, PC방 등 가능한 모든 아르바이트를 찾아보고 있지만 “대출제도를 이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200만원을 대출받아 한달에 20만원씩 갚고 있는 직장인 ㄷ씨(27)는 “나는 취직을 해서 그나마 부담이 덜한데 취직못한 친구들은 이자가 이자를 부르는 상황”이라며 “가능하면 빌리지 않거나 적게 빌리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